트랜스미션 한글

TRANSMISSION HANGEUL




1. 세계 최초의 한글 우주 메시지 프로젝트

프로젝트 <트랜스미션 한글(Transmission Hangeul)>은 외계 지성체에게 인간의 언어, 그중에서도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정보를 전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된 최초의 ‘우주 메시지(Interstellar message)’인 <트랜스미션 한글>을 우주로 전송하기 위해 예술과 천문학 그리고 우주 통신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진행한 학제 간 프로젝트입니다. <트랜스미션 한글>은 인류 최초의 우주 메시지인 <아레시보 메시지>가 우주로 전송된 지 정확히 50주년이 되는 날인 2024년 11월 16일에 우주로 전송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우주여행자 언해피(Unhappy the Cosmic Traveler)’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한국의 예술가 원종국(이하 언해피)과 국립중앙과학관의 공동 기획으로 진행되었으며, 메시지를 전송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에는 우주 통신과 천체 관측에 관련된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의 스타트업 스페이스빔(Spacebeam Inc.)과 메타스페이스(METASPACE)가 협력하였습니다.




2. 외계 지성체에게 닿기 위한 인류의 노력

1) 세티(SETI)와 메티(METI)

① 세티(SETI): 외계 지성체 탐사(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세티(SETI)’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외계 지성체 탐사(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전파 천문학의 한 분야로, 먼 우주에서 발생한 인공적인 전자기 신호를 포착함으로써 외계 지성체의 존재 증거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세티가 시작된 이후로, 외계 문명으로부터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신호가 종종 포착되기도 하였으나, 이들 대부분은 지구 주변에서 발생한 간섭 또는 특이한 천체의 활동으로 밝혀지거나 추가적인 검증이 불가능해 그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으로 남았습니다.

[그림 1]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Frank Drake)는 1960년에 최초의 '외계 지성체 탐사(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SETI)'인 <오즈마 프로젝트(Project Ozma)>를 실시하였습니다. (그림 출처: National Radio Astronomy Observatory)
[그림 2] 드레이크는 1961년에 우리은하에 존재할 외계 문명의 수를 추산하는 방정식인 <드레이크 방정식(Drake equation)>을 고안하였습니다. (그림 출처: SETI Institute)

[그림 3] 드레이크는 1974년에 인류 최초의 현대식 우주 메시지인 <아레시보 메시지(Arecibo Message)>를 만들어 M13 구상성단을 향해 전송했습니다. (그림 출처: Wikipedia)

[그림 4] 우주 탐사선 보이저호(Voyager)가 지구를 향해 보낸 신호는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부터 도달한 인공적인 전자기 신호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그림 출처: SETI Institute)
[그림 5] 2019년에 프록시마 센타우리(Proxima Centauri) 방향에서 관측된 전자기 신호인 'BLC1'은 추가적인 조사 끝에 지구 근처의 간섭에 의한 것으로 결론지어졌습니다. (그림 출처: Nature Astronomy)

② 메티(METI): Messaging to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메티(METI)’는 ‘Messaging to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의 약자로, 외계 지성체에게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일종의 정보 또는 데이터인 '우주 메시지(Interstellar message)'를 개발하고 이를 우주로 전송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세티가 외계 지성체를 찾기 위해 우주로부터의 신호를 계속 ‘듣는' 것에 집중한다면, 메티는 우리의 존재를 우주에 먼저 '알리는' 것에 집중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메티는 세티보다 더 '능동적인' 외계 지성체 탐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또한 주로 전파 천문학을 중심으로 하는 세티와 달리 메티는 언어학, 인류학, 심리학, 고고학, 생물학, 뇌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관점이 얽힌 학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도 독특한 특징입니다.

2000년대 이전의 메티는 앞서 언급한 '능동적 외계 지성체 탐사(Active SETI)' 또는 'CETI(Communication with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천문학자인 알렉산더 자이체프(Alexander Zaitzev)가 이를 메티로 명명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앞선 두 이름에는 외계 지성체로부터의 답을 받거나 그들과 대화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반면, 메티에는 인류의 존재를 우주에 알리는 것 그 자체에 더 큰 목적을 둔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즉 메티라는 이름에는 우주로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 우주적인 규모로 발현된 이타적 행동이라는 자이체프의 철학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그림 6] 심리학자 더글라스 바코치(Douglas Vakoch)를 대표로 하는 '메티 인터내셔널(METI International)'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메티 연구를 집중하는 학제 간 연구 기관입니다. (그림 출처: IMDB)
[그림 7] '메티(METI)'라는 이름을 처음 제안한 러시아의 천문학자 알렉산더 자이체프(Alexander Zaitzev)는 우주로 메시지를 보내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림 출처: Seth Shostak)

2) 우주로 보내진 메시지들

우리 인류는 지난 50여 년간 종종 우주로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이들은 <아레시보 메시지>와 같이 전파 송신기를 통해 디지털 데이터의 형태로 우주로 전송되거나 <보이저 골든 레코드>와 같은 금속 물체로 제작되어 우주 탐사선에 실려 우주로 보내졌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외계 지성체와의 접촉을 목표로 하는 진지한 과학적 시도로서 뿐만 아니라, 인류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우리의 존재와 문화를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림 8] 인류가 지난 50여 년 동안 우주로 보낸 메시지들:
파이오니어 금속판(Pioneer Plaque, 1972)>, <아레시보 메시지(Arecibo Message, 1974)>, <보이저 골든 레코드(Voyager Golden Record, 1977)>, <코스믹 콜(Cosmic Call, 1999)>, <틴에이지 메시지(Teen-Age Message, 2001)


[그림 9] <보이저 골든 레코드>에는 인류의 모습을 보여주는 116장의 사진과 55개국의 언어로 녹음된 인사말 그리고 자연의 소리 등이 담겨 있습니다. (그림 출처: NASA)

3) 어떻게 외계 지성체가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들까?

우주 메시지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우리가 아직 외계 지성체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외계 지성체에 대한 최소한 가정과 조건을 필요로 합니다. 현대의 메티는 메시지가 도달하고자 하는 외계 지성체에 대한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우주 메시지를 설계합니다.

외계 지성체(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 지구와 천문학적 시공간만큼 떨어져 있는 존재
- 다양한 전자기파로 우주를 관측하고 분석하는 과학기술문명

먼저 메티는 외계 지성체를 지구로부터 짧게는 수 광년에서 길게는 수십, 수백 광년 이상 떨어져 있는 존재로 상정합니다. 빛의 속도라는 물리적 한계로 인해 이러한 외계 지성체와 인류 사이의 대화는 천문학적 시공간을 사이에 둔, 여러 세대에 걸친 대화가 될 것입니다. 이는 서로의 메시지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 메시지는 외계 지성체가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 이러한 우주 메시지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는 외계 지성체에 대한 두 번째 조건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메티가 도달하고자 하는 외계 지성체는 적어도 우리가 보낸 메시지를 수신하고 분석할 수 있을 정도의 과학기술문명이어야 합니다. 즉 수학과 과학 그리고 데이터의 차원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는 존재로 외계 지성체를 상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수학과 과학은 외계 지성체와 인류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언어'이자 '지식'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림 10] 수학자 한스 프로이덴탈(Hans Freudenthal)의 저서 <링코스(Lincos: Lingua Cosmica, 1960)>는 수학과 논리의 문법을 활용해 외계 지성체와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림 출처: Open Culture)


[그림 11] 칼 세이건(Carl Sagan)의 소설과 이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콘택트(Contact), 1997>에는 수학과 과학이 유일한 '우주의 언어'라고 언급됩니다. (그림 출처: WarnerBros.com)


[그림 12] 1999년에 우주로 전송된 우주 메시지 <코스믹 콜>은 여러 과학적 정보를 수학의 언어로 정교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림 출처: Smithsonian Magazine)

3. 새로운 우주 메시지가 필요하다!

1) 언제까지 수학만으로 대화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대로 그동안의 우주 메시지는 수학의 언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왔습니다. 분명 수학은 온 우주를 관통하는 언어가 될 만합니다. 그동안 인류가 발견한 우주의 모든 과학 법칙은 수학으로 온전히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언제까지 수학의 방식으로 대화할 수 있을까요? 인간은 <스타트렉(Star Trek)>의 '벌칸(Vulcan)'처럼 논리만으로 사고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특히 '행복', '희망', '자유', '영혼' 그리고 '사랑'과 같은 개념들은 하나의 논리적 또는 정량적 방식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다차원적인 개념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개념들은 우리 인간의 문화와 심리 그리고 삶에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즉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를 설명할 때 빠져서는 안 될 개념들인 것입니다. 이러한 개념들을 외계 지성체에게 전달해야 할 때 우리는 수학의 언어로 온전히 그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2) 왜 인간의 언어로는 우주 메시지를 만들 수 없을까?

1977년에 우주로 보내진 우주 메시지인 <보이저 골든 레코드>에는 전 세계 55개국의 언어로 녹음된 인사말이 담겨있습니다. 다음은 그중 하나인 아랍어로 녹음된 인사말입니다.

.تحياتنا للأصدقاء في النجوم. يا ليت يجمعنا الزمان

'저 별의 친구들에게 인사드립니다. 시간이 우리를 만나게 할 수 있기를'


하지만 아쉽게도 외계 지성체는 이 감동적인 인사말의 의미를 해독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 이유는 외계 지성체가 이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게 하는 단서까지 레코드에 담기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칼 세이건을 포함한 레코드의 제작자들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한두 가지의 인간 언어를 정하고 그 언어를 설명할 수 있는 일종의 사전을 만드는 대신, 최대한 많은 수의 언어로 녹음된 단순한 형태의 인사말을 모으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여기에는 비록 외계 지성체가 레코드에 담긴 음성 메시지의 내용을 세세하게 해독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이 메시지들이 자신들을 향한 어떤 인사일지도 모른다는 짐작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레코드의 진정한 목표가 외계 지성체와의 실질적인 접촉보다는 냉전이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우리 인류를 향해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는 점도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실 인간의 언어는 그 종류가 매우 많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고유한 생물학적 특징, 사고방식 그리고 문화와 긴밀한 연관 관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변형이 끊임없이 생성되며 복잡하고 모호한 체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으로 언어를 습득합니다. 이러한 인간 언어의 특징은 인간 언어가 외계 지성체와의 소통을 위한 언어로는 적합하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심지어 외국어와 고대의 언어처럼 같은 인간의 언어도 다른 인간에게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우리는 정녕 우리 인간의 언어로 표현된 메시지를 외계 지성체가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할까요? 아니면 반대로, 외계 지성체의 언어를 우리 인간이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할까요?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도 못한 채 함께 대화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그림 13] 인간의 언어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과 사고방식에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한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으로 언어를 습득합니다. (그림 출처: Yale University Library Online Exhibitions)

3) <틴에이지 메시지>: 외계 지성체를 위한 그림 사전을 만들려는 첫 시도

인간의 언어로 작성된 메시지를 외계 지성체가 해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사전을 만들려는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알렉산더 자이체프가 만든 <틴에이지 메시지(Teen-Age Message)>는 음악, 이미지, 텍스트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로 이루어진 우주 메시지입니다.

이들 중 특히 눈여겨 볼 것은 바로 아래의 텍스트 메시지입니다. 이 감동적인 메시지는 <틴에이지 메시지>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10대 청소년들이 작성하였습니다. <틴에이지 메시지>가 우주로 전송된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두 나라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이 메시지는 우리 인류의 현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Dear friends from the Universe!
We are the children from the Earth planet, sending this Message to you.
We want you to know that you are not alone in the Universe.
We offer to be your friends.
The Galaxy, where you and we live, is our common Home.
We named it the 'Milky Way'.
The Earth planet is moving around the star named Sun.
The planet itself is covered by ocean and land.
There are many creatures living our planet, but only people have created a technological civilization.
We live in families: parents and children.
Children like to play.
We would like to show you our games, drawings, and music.
The duration of our life is about 80 years. While writing this Message, we are from 13 to 18 years old.
So, we hope to receive your answer.
People have many cultures, languages and religions.
People have reached technical progress, but scientists have also invented horrible weapons, which may destroy life on our Earth.
Our planet is very beautiful, but it is ill.
Our problems are wars, ecology, and exhaustion of natural resources.
But we hope we shall overcome these problems and all people on Earth will be happy!
We would like you! Please, reply. We would be very glad. We wish you peace and love.

[표 1] <틴에이지 메시지>에 담긴 텍스트 메시지 (그림 출처: A Teen-Age Message to the Stars)
[그림 14] 텍스트 메시지를 이루는 어휘 중 12개의 단어를 설명하는 이미지 사전 (그림 출처: The TAM: Teen-Age Message)

자이체프는 이 텍스트 메시지를 외계 지성체가 해독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메시지를 이루는 개별 단어들의 의미를 ‘비트맵 이미지’로 설명하는 것을 시도하였습니다. 이미지로 이루어진 일종의 ‘단어 사전’을 만들려고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단어 사전은 메시지를 구성하는 모든 단어 중. 단 12개의 단어만을 설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단어뿐만 아니라, 외계 지성체는 여러 단어를 조합하여 문장을 만드는 방식, 즉 문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틴에이지 메시지>는 외계 지성체가 메시지에 담긴 텍스트 데이터를 해독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다루지는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외계 지성체에게 인간의 언어로 표현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틴에이지 메시지>는 <트랜스미션 한글>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4) 언어는 이해의 열쇠

이처럼 인간의 언어가 우주 메시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우주를 향해 인간의 언어로 표현된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우리의 마음은 여전히 뿌리치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보이저 골든 레코드> 이후로도 여러 사람의 문자나 음성 메시지들을 모아 우주로 보낸 사례가 있지만, 이들 역시 그 내용을 해독할 수 있게 하는 단서까지 함께 우주로 보내지는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인간의 언어는 인간의 사고방식, 정서, 문화 등과 깊은 연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면 인간 그 자체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합니다. 또한 우리는 다른 시대, 다른 문화 그리고 다른 종의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그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를 더욱 깊이 이해해 나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외계 지성체와 인류 사이에 천문학적 시공간을 넘어 여러 세대에 걸친 대화가 시작된다면, 둘 사이의 언어는 수학과 과학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마주하게 될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림 15] 테드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 2002>와 이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컨택트(Arrival, 2016)>에는 외계 지성체의 언어를 이해해 나가는 언어학자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림 출처: IMDB)

4. <트랜스미션 한글>:
외계 지성체를 위한 한국어 및 한글 사전

1) 어떤 언어를 선택할 것인가?

프로젝트 <트랜스미션 한글>의 첫 번째 목표는 인간의 언어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담은 일종의 '언어 사전'을 만들어 이를 통해 외계 지성체가 인간의 언어로 표현된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트랜스미션 한글>은 지구상의 여러 언어 중 한국어와 이를 표기하기 위한 문자인 한글을 메시지의 주된 언어로 선택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단지 이 언어가 메시지를 개발한 언해피에게 가장 익숙한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어떤 언어를 선택하느냐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언어는 모두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통계적으로 볼 때 유사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Noam Chomsky)는 이를 두고 '보편 문법(Universal grammar)'이라 일컫기도 하였습니다. 인공지능 번역 기술의 발전 역시 인간 언어들이 지닌 보편적 속성을 잘 보여줍니다. 이는 결국 임의의 한 언어를 중심으로 구축된 우주 메시지 시스템을 향후 다른 언어로 확장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임을 의미합니다.

[그림 16] 대부분의 인간 언어는 '어족'이라는 집단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어족은 계통적, 발생적으로 하나의 단위를 이루는 언어 집단을 의미하는데, 이는 해당 어족의 모든 언어가 하나의 공통된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림 출처: Wikipedia)

2) 한글의 특징

주로 한국어를 표기하는 데 사용하는 문자인 '한글'은 형태적으로 몇 가지 두드러진 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한글 자음의 형태는 인간의 발성 기관의 모습을 본따 설계되었습니다. 발음할 때의 혀와 목구멍, 입술의 해부학적 구조를 'ㄱ, ㄴ, ㅅ, ㅇ, ㅁ' 등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또한 한글 모음의 형태는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을 상징하는 동양 철학의 사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늘(태양)을 나타내는 '●', 땅을 나타내는 'ㅡ', 그 사이의 인간을 나타내는 'ㅣ'를 기초로 하여 'ㅏ, ㅓ , ㅗ, ㅜ' 등의 모음 문자들을 설계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하나의 음절 단위로 묶어 표기하는 '모아쓰기'를 통해 개별 글자를 만듭니다. 이러한 방식은 글자를 한눈에 들어오게 만들어 의미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만듭니다.

[그림 17] 한글의 구조
한글의 자음은 인간의 발성 기관의 형태에서, 모음은 동양 철학의 사상을 반영해 디자인되었습니다. (그림 출처: Wikipedia)

3) 2차원의 정보 표현 방식

<트랜스미션 한글>은 2차원 평면 위에 문자, 기호, 이미지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합니다. 이는 인간의 시각에 기반한 정보 표현 방식입니다.

하지만 인간과는 다른 감각을 지닌 존재라 하더라도, 충분한 과학 기술을 가진 지성체라면 2차원 정보의 구조를 분명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2차원 정보가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공간과 사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지닌 지성체가 2차원에 세겨진 정보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주를 관측하는 과학 기술 문명이라면 여러 차원의 데이터 구조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능력 역시 갖추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모스 부호와 같이 더 단순한 1차원의 정보도 존재하지만, 이러한 1차원의 구조에는 복잡하고 많은 양의 정보를 담기가 어렵습니다. 즉, 2차원 구조는 단순하면서도 그 안에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감각과 인지 체계의 차이를 넘어 전달될 수 있는, 우주 메시지에 적합한 정보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4) 외계 지성체를 위한 한국어 및 한글 사전

<트랜스미션 한글>을 이루는 전체 데이터는 흔히 4K라고 부르는, 3840×2160 해상도의 컬러 이미지 180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안에는 명사 239개, 동사 56개, 형용사 36개, 부사 13개 등을 포함한 총 375개의 한국어 어휘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또한 주어와 서술어를 중심으로 한 기본 문장 구조, 여러 문장을 연결하는 방법, 품사의 변환과 동사의 활용 등 한국어 문법 체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림 18] <트랜스미션 한글>의 전체 이미지 데이터
<트랜스미션 한글>의 이미지 데이터는 3840 * 2160 해상도의 컬러 이미지 180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국어 어휘와 문법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① 첫 번째 부분: 메시지를 구성하는 데이터와 정보의 특징

<트랜스미션 한글>의 첫 번째 부분은 외계 지성체에게 그들이 수신한 데이터를 우리가 의도한 컬러 이미지와 오디오로 정확히 복원했음을 알려주고, 2차원의 평면에 기호와 문자 그리고 이미지로 정보를 표현하는 인간의 방식을 알려줍니다.

[그림 19] <트랜스미션 한글>의 첫 번째 부분
<트랜스미션 한글>의 첫 번째 부분은 외계 지성체가 메시지 데이터를 제대로 복원했음을 알려주고, 메시지에서 정보가 표현되는 방식을 외계 지성체에게 알려줍니다.


[그림 20] 컬러 이미지와 오디오 데이터의 형태
컬러 이미지는 빨강(R), 초록(G), 파랑(B)의 색 조합과 가장 어두운 색(검은색: 0)에서 가장 밝은 색(흰색: 255)까지 총 256 단계의 밝기로 이루어진 디지털 데이터입니다. 오디오 데이터는 1차원의 파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림 21] 인간이 수를 표현하는 방식과 물리 단위에 대한 정의
십진법, 사칙연산, 지수와 분수 등 인간이 수를 표현하는 방식과 질량, 길이, 시간, 온도 등 기본적인 물리량을 나타내는 단위를 인간이 정의하는 방식을 외계 지성체에게 알려줍니다.


[그림 22] 한글의 자음과 모음 그리고 모아쓰기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개별 글자를 만드는 한글의 구조를 외계 지성체에게 알려줍니다.

② 두 번째 부분: 명사

<트랜스미션 한글>의 두 번째 부분은 한국어 명사들의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이 명사들은 ‘우주’, ‘지구’, ‘생명’, ‘인간' '문화와 문명', ‘감정’ 그리고 ‘인간의 삶’까지, 외계 지성체와 인류가 공통으로 알고 있을 가장 큰 개념에서부터 점차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개념으로 나아가는 순서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아이에게 그림으로 단어의 의미를 설명하듯이 단어와 이미지를 함께 구성하여 외계 지성체에게 각 단어의 의미를 설명합니다.

또한 <트랜스미션 한글>은 메시지에 담긴 모든 어휘와 문장들을 한글과 영문으로 함께 표기하고 있습니다. 영어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라 할 수 있는 반면, 한국어는 주로 한국에서만 쓰이는 소수의 언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두 언어는 형태와 발음 그리고 문법도 매우 다릅니다. 이 두 언어를 함께 표기함으로써 <트랜스미션 한글>은 외계 지성체에게 지구에 적어도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언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 23] <트랜스미션 한글>의 두 번째 부분
<트랜스미션 한글>의 두 번째 부분은 여러 한국어 명사 어휘의 의미를 외계 지성체에게 알려줍니다.



[그림 24] 관측 가능한 우주에 대한 정의와 우리 은하에서 태양계와 지구의 위치
빅뱅과 우주 팽창 그리고 우주배경복사 등 현대 우주론을 상징하는 일러스트레이션과 현재까지 인간이 관측한 우주 지도의 모습을 통해 '우주'라는 단어의 의미를 외계 지성체에게 알려주고, 우리은하에서 태양계와 지구의 위치를 함께 알려줍니다.




[그림 25] 지구의 물리적 특성과 자연환경
암석 지형, 풍부한 물과 대기 그리고 적당한 온도 등 생명이 살기 적합한 환경으로 이루어진 지구의 모습을 외계 지성체에게 보여줍니다.



[그림 26] 지구의 다양한 생물과 순환하는 생태계의 모습
다양한 생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구 생태계의 모습을 외계 지성체에게 보여줍니다.





[그림 27]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시청각을 활용한 소통 방식
다양한 외모적 특성을 지니고, 주로 시각과 청각을 활용해 의사소통을 하는 인간의 모습을 외계 지성체에게 보여줍니다.




[그림 28] 인간의 다양한 문화와 예술
다양한 의복과 음식 그리고 종교적 행위의 모습을 통해 인간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그림과 음악과 같은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인간의 모습을 외계 지성체에게 보여줍니다.




[그림 29] 인류 문명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짧은 시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와 동시에 여전히 스스로를 파괴할 가능성도 지니고 있는 인류 문명의 모습을 외계 지성체에게 보여줍니다.




[그림 30] 인간의 장점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한 탐구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서로를 돕고 협동을 하는 것은 인간이 지닌 장점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과학을 연구하고 우주를 탐사해 나가는 인류의 모습을 외계 지성체에게 보여줍니다.


[그림 31] 인간의 감정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으로 알려진 지구의 모습을 통해 인류가 느끼는 '우주적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보여주고, 이것이 외계 지성체와 인류 사이의 감정적 공감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전달합니다.


[그림 32] 사랑
사랑은 인간의 감정 중 가장 깊고 보편적인 경험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사랑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바로 연인, 가족과 같은 매우 친밀한 관계에서 비롯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이러한 관계 안에서만 나타나는 감정이 아닙니다.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등의 이타적 행동 역시 사랑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랑은 친밀한 관계에서 공동체로 확장되며, 인류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림 33] 인간의 삶
인간은 태어나 성장하고, 늙어가며, 결국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러한 삶의 순환은 같은 우주를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로서 인간과 외계 지성체가 나눌 수 있는 보편적인 경험의 한 형태일지도 모릅니다.

③ 세 번째 부분: 동사와 문법

<트랜스미션 한글>의 세 번째 부분은 한국어 동사들의 의미와 함께 여러 단어를 조합해 하나의 문장을 만드는 방식, 즉 문법을 외계 지성체에게 설명합니다.

[그림 34] <트랜스미션 한글>의 세 번째 부분
<트랜스미션 한글>의 세 번째 부분은 한국어 동사들의 의미와 한국어 문법을 외계 지성체에게 설명합니다.


[그림 35] ‘주어-동사-목적어’ 구조의 단순한 문장을 만드는 방식
‘사람’, ‘밤’, 하늘’, ‘별’, ‘보기’라는 단어들을 조합해 ‘사람이 밤하늘의 별을 보다.’라는 문장을 만드는 방식을 외계 지성체에게 설명합니다.


[그림 36] 간단한 문장들을 결합해 더 복잡한 문장을 만드는 방식
간단한 두 문장을 결합하여 더 복잡한 형태의 문장을 만드는 방식을 외계 지성체에게 설명합니다.

5) 별과 별 사이를 넘어 지구로부터

<트랜스미션 한글>이 외계 지성체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언어 사전 데이터에 담긴 모든 정보는 인간의 언어로 표현된 이 메시지를 외계 지성체가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안녕, 우주의 친구들!
제 이름은 언해피입니다.
저는 지구에서 사는 사람입니다.
제가 이 메시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제 친구들이 당신에게 이 메시지를 보냅니다.

지구는 여러 생명이 함께 사는 푸른 행성입니다.
우리는 이 지구에서 여러 사회와 문화를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발전된 기술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서로 전쟁을 하는 실수도 했습니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실수를 멈춰야만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주를 탐구합니다.
이 우주에서 혼자인 우리는 외롭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우주를 탐구하기 위한 노력과,
당신에게 닿기 위해 이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같은,
우리의 모든 노력은 사랑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사랑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입니다.
사랑은 서로의 거리를 잇고 벽을 허무는 것입니다.
사랑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열린 귀로 듣는 것입니다.
사랑은 빛이 보이지 않아도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는 것입니다.
사랑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것입니다.
사랑은 차가운 빗속에서 서로를 감싸안는 것입니다.

우리의 사랑이 당신에게도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날까지 우리와 당신 모두 이 우주에서 잘 살아가고 있기를
별과 별 사이를 넘어 지구로부터

[표 2] <트랜스미션 한글>의 메시지 전문
이 메시지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우주를 탐구하고, 우주를 향해 메시지를 보내는 인류의 노력이 모두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메시지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우주를 탐구하고, 우주를 향해 메시지를 보내는 인류의 노력이 모두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트랜스미션 한글>이 이 우주에 전하고자 하는 사랑의 의미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아가기 위한 용기이자 노력인 것입니다.

칼 세이건은 <보이저 골든 레코드>를 통해 '냉전'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평화와 화합, 우주에 대한 상상력,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온 인류에게 전하고자 했습니다. <보이저 골든 레코드>가 지구를 떠난 지 5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우리 자신을 파괴할 가능성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우주에 우리 자신의 존재를 먼저 알리고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성숙한 문명만이 할 수 있는 우주적 규모에서의 사랑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트랜스미션 한글>은 '창백한 푸른 점' 위에서 살아가는 외롭고 유한한 존재로서 우리 인류가, 우리와 마찬가지로 우주 어딘가에서 자신들의 행성에 고립된 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이 우주에 우리밖에 없을까?'를 묻고 있을 또 다른 존재들에게 내미는 사랑의 메시지입니다.

[그림 38] <트랜스미션 한글>에 담긴 모든 정보는 인간의 언어로 표현된 메시지를 외계 지성체가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5. <트랜스미션 한글>의 전송

1) 전송 날짜 및 장소

<트랜스미션 한글>은 대한민국 오송에 위치한 '메타스페이스'의 천체 관측소에서 2024년 11월 16일에 우주로 전송되었습니다. 이날은 1974년 11월 16일에 우주로 전송된 인류 최초의 우주 메시지인 <아레시보 메시지>의 5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림 39] 1974년 11월 16일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천문대에서 인류 최초의 현대식 우주 메시지인 <아레시보 메시지>가 우주로 전송되었습니다. (그림 출처: University of Central Florida)

2) 데이터 전송 및 인코딩 방식

<트랜스미션 한글>은 파장이 1550 nm인 적외선 영역의 레이저를 통해 우주로 전송되었습니다. 레이저의 가장 큰 장점은 지금까지 우주 통신에서 주로 사용해 온 전파와 비교해 같은 시간 동안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레이저는 같은 출력으로도 수신 지점까지 훨씬 더 강한 신호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레이저 통신은 차세대 우주 통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림 40] <트랜스미션 한글>의 전송에 사용된 레이저 송신기가 설치된 망원경
<트랜스미션 한글>의 전송에는 1550 nm의 적외선 레이저가 사용되었습니다. 레이저 통신은 차세대 우주 통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고용량의 디지털 이미지와 오디오로 구성된 <트랜스미션 한글>의 데이터는 'TMDS(Transition Minimized Differential Signaling)'라는 방식으로 인코딩되어 전송되었습니다. TMDS는 우리에게 모니터나 프로젝터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로 익숙한 'HDMI'에 쓰이는 인코딩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고해상도 영상과 같은 대용량 데이터를 압축 없이 실시간으로 전송하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디지털 신호의 0과 1 사이를 오가는 전환 횟수를 최소화하도록 데이터를 부호화하는데, 이는 전송 과정에서 생기는 전자기 간섭을 줄이고 신호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어 먼 거리나 열악한 환경에서도 오류에 강하다는 장점을 지닙니다.

[그림 41] TMDS의 데이터 전송 방식
TMDS 인코딩 방식은 대용량 데이터를 압축 없이 실시간으로 전송하면서도 신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오류에도 강하다는 장점을 지닙니다. (그림 출처: Wikipedia)

첫 전송의 기술적 한계
레이저 통신 기술과 TMDS는 분명히 매우 발전된 데이터 송수신 기술이지만, 우주 메시지의 전송에 있어서는 개선이 필요한 문제점도 있습니다. 먼저 레이저의 짧은 파장은 지표면의 구름이나 대기, 그리고 우주 공간의 먼지나 가스 같은 성간 물질에 의해 산란되기 쉽습니다. 또한, 레이저의 장점인 높은 지향성은 특정 천체를 정확히 겨냥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또한 TMDS의 인코딩 방식은 매우 복잡할 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이들 사이에 미리 합의된 규칙을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이 기술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존재가 TMDS 방식으로 인코딩된 데이터를 복원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림 42] 데이터를 전송하는 1550 nm의 적외선 레이저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초록색 레이저는 목표 천체를 가리키는 보조 레이저입니다.
[그림 43] 레이저 송신기가 지구에서 약 25광년 떨어진 별 '베가'를 향하고 있습니다.

3) 목표 천체

<트랜스미션 한글>은 전송 장소에서 관측 가능한 여섯 개의 천체를 향해 전송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지구와 유사한 외계 행성과 태양과 유사한 항성이 포함됩니다. 선정된 천체의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지구형 외계 행성을 지닌 50광년 이내의 별

외계 생명을 찾기 위한 주요한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지구형 외계 행성을 찾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는 한, 지구는 이 우주에서 생명과 문명이 존재하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생명이 반드시 지구와 같은 환경에서만 존재하리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알려진 유일한 사례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트랜스미션 한글>은 우선 이러한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외계 행성을 둔 항성 두 곳을 다음과 같이 선정했습니다.

트라피스트-1(TRAPPIST-1)
‘트라피스트-1’은 지구로부터 약 40광년 떨어진 방향에 있는 태양보다 훨씬 작고 어두운 적색 왜성입니다. 7개의 지구형 행성이 트라피스트-1을 공전하고 있으며, 이들 중 최소 3개는 생명체가 살기 적합할 가능성이 있는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위치하고 있어 이 행성들의 물, 대기 그리고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관한 연구가 앞으로 활발하게 이어질 전망입니다.

[그림 44] 태양계와 트라피스트-1 항성계의 비교
트라피스트-1을 공전하는 7개의 행성 중 트라피스트-1 e, f, g가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림 출처: Wikipedia)

울프 1069(Wolf 1069)
‘울프 1069’는 지구로부터 약 31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태양과 비슷한 크기의 별이지만, 적색 왜성으로 분류됩니다. 또한 울프 1069를 공전하는 행성인 ‘울프 1069 b(Wolf 1069 b)’는 지구와 유사한 크기에,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 45] 울프 1069 항성계와 프록시마 센타우리, 트라피스트-1 항성계의 비교
지구와 유사한 크기의 행성인 울프 1069 b가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림 출처: Max Planck Institute)

② 아레시보 메시지 50주년 기념

<아레시보 메시지>,<보이저 골든 레코드> 그리고 <틴에이지 메시지>와 같은 우주 메시지들 그리고 칼 세이건과 알렉산더 자이체프와 같은 천문학자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트랜스미션 한글>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에 <트랜스미션 한글>은 <아레시보 메시지>의 50주년을 맞이하여 메티를 개척한 우주 메시지와 천문학자들을 기리기 위해 다음과 같이 세 개의 천체를 선정하였습니다.

메시에 13(Messier 13, M13, 헤라클레스 구상성단)
'메시에 13'은 지구로부터 약 2만 2천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구상성단으로, 약 30만 개의 별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이 곳을 향해 1974년에 <아레시보 메시지>가 전송되었습니다.

[그림 46] 약 30만 개의 별로 이루어진 메시에 13
1974년에 인류 최초의 현대식 우주 메시지인 <아레시보 메시지>가 메시에 13을 향해 전송되었습니다. (그림 출처: Wikipedia)

베가(Vega, 거문고자리 알파 별)
‘베가’는 지구로부터 약 25광년 떨어진 거문고자리에 있는 태양보다 뜨겁고 밝은 청백색 주계열성으로, 지구의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 중 하나입니다. 또한 베가 주위에는 먼지 원반이 존재하는데, 이는 행성이 형성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베가는 우리에게 칼 세이건의 소설과 이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콘택트>에 등장한 외계의 별로도 친숙합니다. 칼 세이건은 <콘택트>에서 ‘우리처럼 작은 존재가 우주의 광대함을 견디는 방법은 오직 사랑뿐이다. For small creatures such as we the vastness is bearable only through love’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영화에선 ‘우주의 공허함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서로이다. The only thing we've found that makes the emptiness bearable is each other’라는 대사로 변주되었습니다.)

[그림 47] 지구에서 약 25광년 떨어진 청백색 주계열성인 베가
베가는 칼 세이건의 소설과 이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콘택트>에 등장한 외계 지성체의 별입니다. (그림 출처: Wikipedia)

[그림 48] 영화 <콘택트>에 등장하는 외계 지성체는 ‘우주의 공허함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서로’라고 말합니다. (그림 출처: IMDB)

백조자리 16(16 Cygni)
‘백조자리 16’은 지구로부터 약 7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태양과 유사한 두 별(16 Cygni A, B)과 하나의 적색 왜성(16 Cygni C)으로 이루어진 삼중성계로, 1999년에 A별 방향으로 우주 메시지 <코스믹 콜>이 전송되었습니다.

<코스믹 콜>의 전송에는 알렉산더 자이체프가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우주로 메시지를 보내는 일에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그는 외계의 존재를 향해 인류가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림 49] 태양과 유사한 두 별과 하나의 적색 왜성으로 이루어진 삼중성계인 백조자리 16
1999년에 태양과 유사한 별인 백조자리 16 A를 향해 우주 메시지 <코스믹 콜>이 전송되었습니다. (그림 출처: Wikipedia)

③ 한글 이름이 붙은 별과 외계 행성

백두(Baekdu, 8 Ursae Minoris)와 한라(Halla, 8 Ursae Minoris b)
‘백두’와 ‘한라’는 각각 한글 이름으로 명명된, 지구로부터 약 530광년 떨어진 태양과 비슷한 별과 그 주위를 도는 목성과 같은 거대한 가스형 외계 행성입니다. <트랜스미션 한글>이 한글을 중심으로 다루는 우주 메시지인 만큼 한글 이름이 붙은 이 별과 행성도 목표 천체로 선정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한라와 같은 가스형 외계 행성은 지금까지 생명체가 거주하기 어렵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에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이러한 가스행성들 주변을 도는 위성들 또한 생명과 문명의 터전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그림 50] 백두와 한라는 각각 한글 이름이 붙은 별과 외계 행성입니다. (그림 출처: IAU NameExoWorlds)

6. 역경을 넘어 별을 향하여

<트랜스미션 한글>은 먼 별에 닿고 싶다는 한 인간의 열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별들 너머의 이웃과 진정으로 대화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언젠가 저 광활한 어둠을 넘어, 이 우주의 모든 외로운 존재들과 연결될 것입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이 우주 어딘가에서 우리 모두의 삶이 별빛처럼 반짝이기를 바랍니다.

[그림 51] 메시지 전송 테스트 중 촬영한 언해피의 기념 사진
언해피는 우리 인간의 삶과 존재의 의미를 우주와 연결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주의 모든 존재가 서로의 존재를 알고 함께 연결된 미래를 꿈꿉니다.

7. 프로젝트 참여자

원종국(우주여행자 언해피, @unhappy.cosmictraveler)
원종국은 ‘우주여행자 언해피(Unhappy the Cosmic Traveler)’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한국의 예술가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최초 기획자인 그는 우주 메시지 <트랜스미션 한글>를 설계하고 개발하였으며, 메시지를 전송할 천체 목록을 선정하는 작업을 담당하였습니다.

백창현(국립중앙과학관)
백창현 박사는 천문학자이자 국립중앙과학관의 학예연구관입니다. 그는 원종국과 함께 프로젝트 <트랜스미션 한글>을 기획하였으며, 멤버 결성과 프로젝트 전반에 필요한 모든 행정적인 일들을 담당하였습니다.

박순창(메타스페이스)
박순창 대표는 천체 관측 기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업 ‘메타스페이스(METASPAC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 사용될 망원경과 송신기를 설치할 관측소의 건설과 운영을 담당하였습니다.

강원석(스페이스빔)
강원석 박사는 천문학자이자 레이저를 활용한 우주 통신 기술의 연구와 개발을 주로 하는 기업 ‘스페이스빔(Spacebeam Inc.)’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는 메시지 송신에 필요한 기술적 부분을 설계하는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메시지를 보낼 천체를 선정하는 작업에도 기여하였습니다.

김태우(스페이스빔)
김태우 연구원은 스페이스빔에 소속된 천문학자이자 테크니션입니다. 그는 메시지를 보낼 목표 천체의 위치를 계산하고, 메시지의 전송에 사용될 망원경과 송신기의 운영을 담당했습니다.

이강환
이강환 박사는 천문학자로서 <트랜스미션 한글>을 전송할 목표 천체를 선정하는 과정에 기여하였습니다.

강성주(안될과학)
강성주 박사는 천문학자이자 '항성'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과학 커뮤니케이터입니다. 그는 메시지가 전송되는 당일에 함께 진행된 대중 강연 행사의 진행을 담당하였습니다.

이명현
이명현 박사는 천문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입니다. 한국의 세티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메시지가 전송되는 당일에 함께 진행된 대중 강연 행사에서 세티에 대한 강연을 담당하였습니다.

정해임(한국천문연구원)
정해임 팀장은 한국천문연구원의 홍보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트랜스미션 한글>에는 그녀가 제공한 한국천문연구원의 사진 자료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림 52] 프로젝트 <트랜스미션 한글>의 멤버 결성 후 첫 모임
백창현, 강원석, 언해피, 이강환, 박순창은 관측소에 모여 송신기가 설치되기 전 첫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8. 기록 영상, 언론 보도, 생중계, 인터뷰

기록 영상
언해피의 우주여행: <별과 별 사이를 넘어 지구로부터>

언론 보도
연합뉴스: <한글 메시지 외계에 보낸다…'아레시보 메시지 50주년' 기념>(2024.11.14.)
YTN 뉴스: <'아레시보' 이후 50년...외계인에게 보낸 한글 편지>(2024.11.19.)
어린이동아: <아레시보 메시지 50주년… 외계인에게 보낸 한글 편지 "외계인들아 답장 기다릴게!">(2024.12.05.)
월간 과학소년 2025년 1월호: <국내 핫토픽: 외계인에게 한글로 편지를 보내요! 트랜스미션 한글>(2025.01.)
월간 어린이 과학동아 2025년 2월호: <외계 교신>(2025.02.)

생중계
KBS News: <외계인에 '한국어 메시지' 최초 발사! 국립과학관 '트랜스미션 한글' 생중계>(2024.11.16.)
과학관TV: <아레시보 메시지 50주년 기념 특별 LIVE: 트랜스미션 한글 특강 & 한글 메시지 우주전송 행사>(2024.11.16.)

인터뷰
아르떼 365: <새로운 공상과학을 위한 행성적 사유>(2025.05.12.)
뉴시스: <똑똑똑 거기 누구 있나요? 아시아 최초 우주로 한글 메시지를 보낸 '언해피' 원종국 작가를 만나다!>(2025.01.27.)
한겨례21: <나처럼 외로울 외계인 친구에게 말 걸기>(2024.12.20.)
동아사이언스: <과동키즈: 우리의 목소리를 외계로 전하는 과학을 상상합니다>(2024.04.)